정하섭(박주희)선교사의 선교서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중국선교를 위해 협력교회로 또 개인 동역자로 섬겨 주신 모든 분들 가운데 충만하길 소망하며, 2011년 성탄의 기쁨과 즐거움이 삶 가운데 넘치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분이 몹시도(?) 궁금해 하시면서 문의를 하셨습니다. “석원제는 누구이고, 정하섭은 누구인지” 정체성을 밝혀달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행여 이 서신을 받으시는 분들 가운데도 그런 궁금증을 가지신 분이 있으실까하여 먼저 저의 정체성(?)을 밝힙니다. 석원제가 저이고, 정하섭 또한 저입니다. 백현옥이 제 아내이고 박주희가 또한 제 아내입니다.
요즘도 비슷한 상황입니다만, 저희 가정이 중국에 들어갈 당시에도 선교사 신분을 꼭꼭 숨겨야 했기 때문에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정하섭, 박주희(다혜 다훈)”라는 가명으로 저희들을 소개했었습니다. 여권에 기재된 이름은 바꿀 수 없기에 중국에서 공식적인 이름은 본명(석원제, 백현옥)을 그대로 사용하고, 사역지에 따라서 그곳에서 사용하는 이름이 또 달랐습니다. 제가 지난 13년 간 중국에 있으면서 사용한 가명이 5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명 중에 저에게 가장 친숙한 이름은 본명보다 협력교회와 동역자분들이 널리 알고 있는 “정하섭”이라는 이름입니다.
현재 저희 가정은 지난 8월부터 대만에서 안식년 중에 있습니다. 1999년 5월 31일 처음 선교지에 나온 이후 첫 번째 갖는 안식년이라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협력 교회와 동역자님들의 기도와 관심과 사랑으로 이곳 대만에서 매일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 제가 속한 선교회(GMS) 선교대회 참석과 가정교회 관련 세미나 참석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내며, 내공(?)을 축척하고 있습니다.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요즘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매일 만보 이상 걷기를 하고 있는데(무리하지 말라고 해서 매일은 못합니다), 건강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대만은 저희 가정이 10년 전에 사역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1년 간 머물렀던 곳입니다. 중국(이곳에서는 대륙이라고 부름)과 비교를 해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만은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영적으로 여전히 어두운 곳이며(기독교 인구가 3% 정도), 사람들의 삶에서 활력을 찾아보기 어려운 나라입니다. 생활비 수준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도시는 개발되지 않아 많이 낙후된 나라입니다. 올해가 중화민국(대만의 정식 명칭) 건국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대만은 년도를 건국을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2년은 건국101년, 이런 식으로 사용합니다.
대만의 근대사를 보면 우리나라처럼 일제강점기를 50년간 겪은 나라이며, 중화민국이 중국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도망 오면서 장개석 독재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원래 이곳을 터전으로 살았던 원주민들이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대만의 종교는 유불선이 혼합된 도교가 민간신앙으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동네마다 도교 사원과 절이 있고, 집이나, 식당, 가게 앞에는 어김없이 향을 피우는 도구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민간신앙의 영향이 이곳 사람들로 하여금 영적으로 어둡게 하고, 복음을 전하는데 엄청난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심성은 대륙(중국)사람과 달리 온순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많아서 외국인에 대해서 친절한 편이지만, 속을 알 수가 없습니다.
중국은 기독교 인구가 1억 가까이 되지만 기독교 문화가 없는 나라입니다. 그에 비해 대만은 기독교 인구가 3% 정도 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기독교 문화가 있는 나라입니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한류 바람이 불어 K팝이 유행을 하는데, 대만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런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깊은 관심을 기독교 문화와 연결시킬 수 있는 선교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10년 전에 이곳에서 1년을 지내고 나름대로 대만을 이해하면서 “대만 선교는 중국 선교를 잇는 가교”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보았던 그 관점이 지금은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0년 전에 대만을 경험하면서 가졌던 마음은 대만과 중국은 다른 선교지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 때보다 좀 더 진일보된 시각으로 중국 선교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저는 지난 10여 년의 제 사역을 정리하면서 좀 더 폭넓게 중국 선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근 2년 전부터 저는 중국 선교라는 말 보다는 중화권 선교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제가 안식년을 시작할 무렵, 브라질과 남아공화국, 독일, 스코틀랜드 등에 있는 지인들이 한결 같이 요청하기를 그곳에 있는 중국인들(근로자, 유학생, 주재원 등)을 위해 그들을 위한 전도와 교회개척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화교가 8천만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들 중에 기독교 지도자는 1%가 안 된다고 합니다. 중국과 대만 이외 지역에 있는 화교들 숫자도 적지 않지만, 중국이 개방한 이후에 해외에 나간 유학생들과 근로자들 그리고 주재원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해서 양육할 기독교 지도자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런 여러 상황들을 생각해 볼 때, 중국은 물론이고 중화권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빠르게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도시 인구 밀도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10년 전에 중국 시골 마을을 다니며 하던 사역들은 특수 사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더 이상 시골에서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지금 중국 사역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중대형 도시에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사역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특수 사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훈련 사역들(신학교, 제자훈련, 성경학교, 지도자훈련 등)은 거의 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집중도가 시골에서, 헌신된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하던 것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도시에 나와 있는 젊은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역의 집중력과 효율성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상황까지 오면서, 중국내 물가는 하늘을 치솟고 있습니다. 대만과 비교를 해 보면 10년 전에 대만의 주택임대료가 한화로 월60만 원 정도였고, 중국은 15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것이 지금 대만의 주택임대료는 한화로 월 80만 원 정도이고, 중국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80-100만 원 이상 입니다. 그 외에 현지 학교도 수업료가 많이 올라(대도시에 있는 현지 학교는 외국인 학생에게 수업료 외에 기부금을 받음)자녀교육비 부담이 엄청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얼마 뒤에는 일본 다음으로 선교비가 가장 많이 드는 지역이 중국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중국 내 한국인 선교사들은 이러한 이중고, 즉 답보적인 사역의 흐름과 가중되는 경제적 부담 속에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교회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더 깊이 공감하며 기도와 직접적인 관심으로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또한 전문적인 단체에서 더 효과적인 선교 전략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은 지난 13년 간 중국 천진을 중심으로 한 화북지역 사역과 서안을 중심으로 한 중원지역 사역, 우루무치를 중심으로 한 서북지역 사역을 감당했고, 지난 5년간은 심천을 중심으로 광동성과 남부지역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말에 안식년을 준비하면서 기존에 해 오던 사역들을 정리했습니다. 교회개척 사역으로 진행된 현지인 교회는 이미 1년 전에 자체적으로 독립을 했으며, 심천 화교성 지역 선교 센터를 중심으로 했던 제자훈련 사역은 중앙아시아까지 사역이 확장되었지만, 저의 건강 문제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안식년을 시작으로 현재 중단되어 있습니다. 또 센터를 중심으로 세워진 한국 교민들을 위한 디아스포라 사역(심천엘림교회)은 저의 건강과 재정적인 운영의 어려움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만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지난 사역들을 정리하며, 다음 사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일에는 이곳에 3년 전에 세워진 교회에서 설교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과 대만 현지인들이 같이 모이는 교회라서 동시통역으로 예배가 진행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은퇴하신 목사님께서 2년 간 맡아서 하시다가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한국에 들어가시고 제가 임시로 맡아서 주일예배만 인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류 열풍으로 대만 현지인들 중에 젊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교회에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을 위한 폭넓은 관심과 구체적인 양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대만의 젊은이들이 우상숭배를 멀리하고 주님 앞으로 나아 올 수 있도록 같은 마음으로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가족 근황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며 기도 부탁드립니다. 첫째 혜람이는 중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대만으로 왔는데, 이곳에서 전학할 수 있는 마땅한 현지 학교가 없어서 고민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부산에 있는 지구촌 고등학교(선교사 자녀를 위한 대안학교)에 가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전학 하는 학생을 받지 않아 고등학교 1학년부터 다시 다녀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중국에서만 학교를 다녀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전무한 상태였는데 좋은 기회를 하나님께서 주신 것 같습니다. 지난 12월 1일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을 해서 내년 2월 말이면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게 됩니다. 처음으로 부모와 떨어져서 생활하는 만큼 한국생활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리고 바른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바른 신앙인으로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상윤이는 대만 현지 중학교 3학년에 전학을 했는데 처음에는 한자가 달라서(대륙은 간체자를 사용하고 대만은 번체자를 사용함)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상윤이 역시 중학교를 졸업하면 지구촌 고등학교로 진학시킬 계획입니다. 저희 두 아이가 4살, 5살 때 중국에 와서 지금까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전 과정을 중국 현지 학교에서만 다니다 보니 한국어는 크게 문제가 안 되지만, 한국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국인에 대한 정체성은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가능하면 고등학교는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시길 기도했었는데, 하나님께서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기독교 대안 학교로 인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희 자녀를 위해 그동안 기도해 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내(백현옥 선교사)는 요즘 이곳에서 대만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을 이곳에 초청해서 선교사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배 선교사님(이진희 목사)이 계신데 그 분이 섬기는 교회(영문교회)에서 대만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기초반 10여 명을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아내가 맡아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많이 긴장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복음을 듣고 주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사역을 통해서 귀한 전도의 열매가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중국에서 10여년을 늘 긴장 속에 있다가 자유로운 곳에서 제 본명과 목사(또는 선교사)라는 호칭이 불려지는 것이 한동안 어색하게 들렸는데, 지금은 많이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삶의 긴장감은 해소 될 지라도 영적인 긴장감은 놓지 말아야 하는 곳이 또 이곳 대만인 것 같습니다. 야릇한 향냄새를 동반한 우상숭배의 모습이 일상화 되어 있는 이 땅을 위해 더 많은 기도와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더욱 강력하게 선포되어 이 땅에 우상들이 사라지고, 구원받은 백성들을 통하여 새로운 영적 각성 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로 동역해 주시길 간절히 요청합니다.
저의 건강 때문에 많은 분들이 염려하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리며, 기도 덕분에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프기 이전보다 더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행여 이 소식을 처음 들으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말씀드리면, 중국에 들어오든 해에 통풍(요산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생기는 병)이 발병했는데, 알고도 대충, 적당히 방치해 왔었습니다. 간혹 심한 통증과 발작이 1년에 한두 번 일어나기도 했지만, 진통제 등으로 위기만 모면했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지난 해 5월부터 걷잡을 수 없는 통증과 처방약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급기야 8월 말에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나름대로 처방한다고 기도하면서 15일 간 금식한 것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습니다. 체중이 15kg 이상 빠지면서 몸의 ‘전해질’이 정상 이하로 빠져나가 몸은 거의 뼈만 남아 있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그 때 머리속에는 “여기서 끝나는구나. 중국 사역을 접고 이제 한국으로 들어가야 하나보다”라는 절망뿐이었습니다. 고통은 얼마나 심한지, 발목과 무릎 관절은 날카로운 유리 조각으로 후벼 파듯이 수시로 발작성 통증이 일어나 몇 날 며칠 잠도 잘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병원에 가도 별다른 치료가 안 되었고, 주는 약도 아무 효과가 없었습니다.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 거실 쇼파에서 생활하면서 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정말 죽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습니다. 거울을 보니 몰골은 흉측하고, 마음은 황폐해져 갔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긍휼만 있기를 간구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함께 겹쳐 가족들도 생활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내가 철저한 식이요법을 하도록 도와주었고, 두 아이들이 학교 갔다 온 후에는 아빠의 모든 요구와 심부름을 감당해 주었습니다. 한 위치에 누워 있을 수도 없어서 수시로 다리를 의자에 올리고 내리는데도 그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어 머리털이 주뼛주뼛 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기를 9월 말 정도가 되었는데, 몸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쇼파에 앉은 상태에서 의자를 앞에 놓고 혼자서 다리를 의자에 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씻을 수가 없어서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곤 했는데, 어느 날 큰 맘 먹고 회전의자에 앉아 화장실까지 이동을 해서 일어설 수는 없어서 변기 위에 앉아서 샤워를 했는데 얼마나 시원하고 개운한 지 그 정도만 해도 살 것 같았습니다. 10월이 되면서 빠르게 회복이 되었고, 혼자 거동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10월 중순부터 다시 교회에 나가 주일에는 앉아서 설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정말 살얼음판을 걷은 심정으로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면서 식이요법과 요산수치를 낮추는 약을 통해 조금씩 통증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면서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 하나님의 전인 내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죄인가를 깨닫게 되었고, 몸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뼛속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 12월 말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생각지 않게 강권적으로 안식년을 하도록 모든 상황을 만들어 가셨습니다. 많은 선교사들이 그렇듯이 저희 역시 안식년을 위해 준비된 경제력도 없었고, 예비 된 장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육신적으로 영적으로 거의 바닥에 다다른 저와 아내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안식년을 허락하셨기에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함 가운데 진행될 것을 믿고 사역을 정리하고 안식년을 준비했습니다. 정말 천사를 통해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고 밖에 고백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그 많은 이사 비용과 항공료와 대만에서의 주택임대료 등 모든 것을 다 하나님께서 예배하신 손길을 통해 공급해 주셨습니다. 안식년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저희 가족은 차고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면서 한결 같은 고백이 위로의 하나님이셨습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만 간증하고자 합니다.
저희들이 있는 심천에서 대만으로 이사를 하려고 국제 물류회사에 문의했더니 한화로 600만원 가까이 견적이 나왔습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모든 짐을 정리하고 꼭 필요한 것만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저희가 한국 사람이라 한국사람 신분으로는 대만으로 항만(배를 이용) 이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만 사람 중에 중국에 와서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 명의가 필요했습니다. 심천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어 기도하는 가운데, 상해 International Church에 출석하는 지인을 통해 같은 교회 성도 중에 대만 사람을 소개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는데 일주일 뒤에 돌아 온 답변은 그곳 대만 사람들이 도와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저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직접 심천까지 와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도와 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분들이 직접 명의는 빌려 줄 수 없지만, 재정적으로 지원 할 테니 외국인 신분도 가능한 항공 화물로 이사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분들이 한화로 500만 원 가까이 되는 큰 돈을 전혀 알지 못하는 저희 가정에 헌금 하였습니다. 그렇게 기적 같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무사히 대만까지 항공 화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그 분들의 헌금으로 이사 비용 뿐 아니라 대만에서 집을 임대하는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 파송교회와 스코틀랜드에 있는 그레스고 한인교회에서 특별히 지원한 후원금, 그리고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개인 후원자들의 헌금으로 큰 어려움 없이 안식년을 준비할 수 있었고, 대만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여호와 이레로 예비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며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이런 은혜를 입으면서 영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물질을 주심에 감사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이 주어졌음을 깨달았습니다. 물질은 필요한 곳에 사용하면 그만입니다. 더 이상 제 수중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도의 응답이라는 것이 그 내용으로 본다면 많은 기도의 응답은 소모품과 같은 것입니다. 물질이든, 건강이든, 모든 기도의 응답은 현실적인 필요를 채워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것의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수중에서 떠나 버립니다. 특히 재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그것이 더욱 명확합니다. 받은 기도의 응답의 내용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중에서 사라지고 남는 것은 빈주머니 뿐입니다. 기도 응답의 가시적인 내용을 바라 볼 때는 늘 이것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영적인 관점으로 기도 응답의 내용을 보게 되면 전혀 다른 것이 보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기도가 응답될 때마다 경험되어지고 삶의 여정에 남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소모품이 아니기에 소멸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계속해서 축적되어 쌓이고 쌓입니다. 이런 영적인 경험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게 되고 믿음은 더욱 자랍니다. 그렇습니다. 기도의 응답은 말씀과 더불어 우리로 하여금 더욱 믿음을 자라게 하는 또 다른, 하나님이 주시는 복입니다. 물질의 복은 크고 작음이 보이지만, 소멸되지 않는 은혜의 복은 결코 크고 작음이 없습니다.
심천에서 제자훈련을 위해 선교센터를 세울 때입니다(임대건물). 필요한 재정 지원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도 기적 같이 몇 년 전에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그 이후에도 만난 적이 없는 분을 통해 한화 600만 원이 헌금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동시에 잘 아는 분이 같은 목적으로 한화 1만 원을 헌금을 했었습니다. 600만 원과 1만 원, 물질의 양은 600:1의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은혜는 600만 원이나, 1만 원이나 전혀 차이가 없는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 된 우리가 물질의 복을 받을 때 어떤 가치로 그것을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새삼 깨닫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의 가치가 물질에 있다면, 그것은 우상 숭배하는 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의 가치는 은혜에 있습니다. 그것은 소모품이 아니기에 소멸하지 않으며 저 천국까지 가져가는 영원한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것을 필요한 자들과 함께 나눔에 있어서, 물질에 가치를 둔다면 아무리 많은 물질이 있다 할지라도 그 나눔은 반드시 제한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눔의 가치를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둔다면 그것은 어떤 제한도 받지 않을 것이며, 끝이 없는 절대적인 것이 될 것입니다. 성도가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복은 이런 것입니다. 보이는 가시적인 응답보다 보이지 않는 은혜가 더 큰 응답이며, 그것이 진정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복입니다. 가시적인 응답은 그 은혜를 담는 하나의 그릇일 뿐입니다. 가시적인 그릇에 관심 가지고 그것에 만족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진정한 하나님의 은혜를 더 기뻐하고 경험하는 삶이 바른 신앙의 삶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물질의 복은 크고 작음이 보이지만, 소멸되지 않는 은혜의 복은 결코 크고 작음이 없습니다.
2012년이면 제가 한국 나이로 50입니다. 반백년의 유구한(?) 역사가 제 삶 속에서도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 50을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스스로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자신을 위축시켰습니다. 물론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선교사들의 삶이 대동소이 합니다만, 잠시 이런 인간적인 생각이 들면서 인생에 있어서 물질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묵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이 50이 문턱에 있는데 여전히 제 삶은 누군가가 보내주는 선교 후원금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세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구차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삶이 그렇지 않은 것은 제 기도 응답의 가치가 물질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사도바울의 삶을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복음을 위해 굶기를 밥 먹듯이(고후11:27)하면서 경제적인 압박과 육체적인 고통이(고후11:23-26)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자신의 삶이 누군가의 도움을 의지해야 하는 구차한 삶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부할 때나 가난할 때나 자족함을 배웠다(빌4:12)는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무한한 하나님의 은혜를 기도의 응답을 통해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감히 제 삶을 사도 바울의 삶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하나님께서 깨닫게 해 주시는 깊이는 같은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깨닫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안식년 준비와 대만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경제적인 공급을 통해 깨닫게 된 하나님의 은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었지만, 이것보다 더 큰 어떻게 보면 본질적인 변화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큰 은혜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 자신의 오랜 쓴 뿌리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손길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10월 10일을 제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물론이고, 두 아이들까지 그동안 말로 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이 우리 가족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곳 대만에 와서야 알았습니다.
어느 날 (10월10일), 성령님의 특별한 역사 가운데 딸 혜람이를 통해 제 속에 있는 쓴 뿌리와 아픔과 고통과 상처가 어떤 것인지 하나님께서는 낱낱이 드러내셨습니다. 그날 성령님께서는 저로 인해 우리 가족이 얼마나 큰 상처 속에 있었는가를 깨닫게 하셨고, 제 마음을 열어 모든 잘못(죄)을 고백하게 하시고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큰 담을 사이에 두고 소통하지 못했던 딸 혜람이와 화해를 했습니다. 아들 상윤이에게도 다하지 못한 아빠의 역할과 상처 준 지난 시간들을 고백하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아내에게도 진심으로 가장의 역할을 잘 감당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남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상처 준 말과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한 순간의 꿈처럼(정말 꿈을 꾼 것 같은)지나가면서 놀라울 정도로 몸도 마음도 영혼도 회복되어 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주님과 이전보다 더 깊은 교제 가운데 있으며, 가족들과 물질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몸도 아프기 이전보다 더 건강한 몸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 설명드릴 수가 없습니다. 독생자를 보내시기까지 저와 저희 가정을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이 서신을 보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동일한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시기를 소망합니다.
안식년을 준비하면서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저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안식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전에 알던 것에 더하여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또한 안식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묵상하게 한 말씀입니다. 대만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이 말씀이 제 삶 가운데 이루어지는 놀라운 역사를 경험하면서 더욱 심령 깊이 새겨진 말씀입니다.
당시에 신명기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신15장을 묵상하는데 1-2절 말씀에 마음이 꽂혔습니다. “(1) 매 칠 년 끝에는 면제하라 (2) 면제의 규례는 이러하니라 그의 이웃에게 꾸어준 모든 채주는 그것을 면제하고 그의 이웃에게나 그 형제에게 독촉하지 말지니 이는 여호와를 위하여 면제를 선포하였음이라” 이 말씀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안식년은 면제년이라는 것입니다. 안식년은 단지 쉬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 받을 빗을 탕감해 주고 더 이상 독촉하지 말라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선포하신 말씀입니다. 조금 확대해서 해석해 보면, 하나님께서 친히 안식년을 통해 죄를 용서하시겠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는(오실 또는 오신)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가 전제되는 것입니다만, 어쨌든 하나님께서 안식년을 주신 것은 그냥 모든 일상에서 물러나서 몸을 쉬는 정도가 아니라 죄의 문제까지 해결해 주심으로 심령 깊은 곳에서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게 하시겠다는 겁니다.
저는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저에게 안식년을 허락하심으로, 저의 전인격적인 부분을 회복시켜 주시고자 하시는 계획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안식년은 면제년’이라는 말씀 앞에 오묘하신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제가 대만에 와서부터 새벽에 작정하며 기도했던 내용은 오직 “저를 고쳐주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병든 영혼을, 병든 마음을, 병든 육신을” 회복시키셔서 진정 안식년이 제 삶에 있어서 지난날의 잘못을 용서받고 새로워지는 면제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의 간절한 이 기도를 들으시고, 심령 가운데 세미한 음성으로, 제 삶에 따스한 손길로 응답해 주셨고, 또한 저와 가족 모두에게 회복의 삶을 경험하게 해 주셨습니다. 할렐루야!
이제 이 기도제목에 더하여 “다시 복음의 열정이 회복되어 이 땅에 우상숭배로 고통 받는 영혼들을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품고 복음을 전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2012년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수교 20년을 기념해서 많은 행사가 계획되어 있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반면에 대만과 한국은 단교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국가의 이익 때문에 한 나라와의 모든 관계를 단절한 것은 당하는 나라의 국민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분노를 품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아픔이 지난 20년 간 지속되었던 곳이 이곳 대만 땅입니다. 이들을 품고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를 치유하고 회복시켜서 하나님의 백성 되게 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뿐인 줄 압니다. 그 은혜의 복음이 이 땅에 더 깊이 더 넓게 증거 될 수 있도록 변함없는 관심과 기도를 협력 교회들과 여러 동역자님들께 특별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13년 간 변함없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동역해 주신 교회들과 동역자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성탄의 기쁨과 즐거움이 모든 교회와 동역자님들의 삶 가운데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또한 2012년 새해에는 주님이 주시는 사명을 품고 한 걸음 더 성숙된 복음 전도자의 삶을 사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에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 많이 나누시기 바랍니다.
2011. 12. 22
- 대만에서 정하섭(박주희) 선교사 드림 -
chinese007@hanmail.net
교회에 오셔서 설교해주시고, 자녀들의 귀한 특송도 들을수있어 참 감사합니다.
안식년 맞아 몇번 만나뵈었는데, 이렇게까지 힘겨운 시간이었는지는 생각못했습니다. 그저 좀 아팠다고 허허 웃으셔서 그런가보다했었습니다. 선교사님의 기도편지는 이런 면에 있어 소중한 나눔입니다. 선교지에서의 외로움과 곤고함 그리고 의미있는 행보를 전해들을때, 깊은 공감과 기도가 있기때문입니다. 저에게는 귀한 선배님이고 우리 모두에게는 소중한 주님 나라의 선교사님이신 석원제 목사님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